적지 않고 듣는 동안 | 휴대전화를 눈높이에 세워 놓고 검은 옷의 먼지를 털었다. 추모 영상을 찍기로 했다. 첫 문장을 세 번 읽었는데, 세 번 다 내가 제일 슬퍼 보이는 각도를 찾고 있었다. 최불암 배우를 배웅한 날이었다. 기사에는 장례 미사와 초록우산 고별식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어린이 곁을 지키는 어른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말이 오래 남았다.
추억 줌인 | 구글 어스와 뉴저지 스위트홈 - 추억 줌인 은퇴하고 어느 날, 구글 어스에 오래전 뉴저지 집 주소를 넣어보았다. 화면을 확대하니 우리 가족이 살던 이층 집이 나타났다. 앞마당과 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는데, 주차된 차까지 눈에 들어왔다. 우리 가족이 타던 차로 보였다. 집을 떠난 지 한참 되었는데, 화면 속에서는 내가 ...
헌법에 사법독립은 없다 오직 판사의 독립권이 있을 뿐, 조희대 처벌받아야 | 환기 9223년/신시개천 5923년/단기 4359년 12월 10일 火/서기 2026년 11월 3일 https://brunch.co.kr/@f1b68c46d962477/4551 헌법에 사법독립은 없다! 오직 판사의 독립권이 있을 뿐, 조희대는 처벌받아야 합니다! 헌법에 사법독립은 없 ...
나이가 들수록 곁에 누구를 둘 것인가 |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까. 나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지난 이들에게 <프렌즈>는 단순한 인기 드라마가 아닌 9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그 자체이자 상징이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시작한 <프렌즈>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과 여섯 명의 케미에 푹 빠져들었다. 방영 당시에도 최고의 인기작이었지만, 종 ...
초원을 바라보며, 늑대상 앞에서 커피 한 잔 | [호] 산에 오르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 테를지 국립공원의 게르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나오는 날, 경치가 아름답다는 열트산을 걷기로 했다. 게르 주변과 거북바위, 아리야발 사원까지 걸어보았지만 조금 높은 곳에서 초원을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었다. 가까이서 보던 바위와 언덕들이 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
성장과 단련 | 순천만과 가족의 영국 조기유학 - 성장과 단련 순천만을 다녀와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잠들어 있었고 나는 운전 중이었다. 그때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영국에 가겠다고 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다음번에는 가족이 어디에서 살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해 우리는 지리산 쪽에 숙소를 잡고 여름 ...
세 개의 검은 우산과 한 사람의 확인 | “없어진 건 없는데, 아무도 가져가면 안 돼.” 지사제가 우산꽂이 앞에 가로로 누웠다. 나는 케이블 타이를 들고 있었고, 멀미약은 문턱에 걸터앉아 바깥 비를 보고 있었다. 출근한 지 십 분 만에 약국 입구가 국경처럼 변했다. 아침에 읽은 기사 때문이었다. 바이낸스에서 거액의 가상자산이 빠져나갔고, FBI가 북한을 배 ...
카셀에서 파리까지 | 유럽 미술관 그랜드 투어 - 카셀에서 파리까지 2022년 여름, 딸의 졸업을 앞두고 우리 가족은 유럽 네 나라의 미술관을 찾아 떠났다. 카셀 도큐멘타와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함께 열리는 해였다. 아트 바젤까지 보고 싶었지만 날짜가 맞지 않았다. 그래도 독일에서 출발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까지 가려니 일정표가 금세 빽빽해졌다.
토종씨앗, 문명을 묻다 37 | 봄 파종을 앞둔 농민이 토종콩 종자 봉투 두 개를 식탁에 올려놓는다. 두 봉투에는 같은 이름이 적혀 있고 무게도 같다. 그런데 가격은 다르다. 한쪽은 1킬로그램에 1만 5천 원이고 다른 쪽은 2만 원이다. 농민은 콩알의 색과 크기를 살펴본다. 눈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비싼 봉투에는 발아율을 확인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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